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20세기 물리학의 두 거대한 축으로, 양자역학은 확률을 기초로 한 미시 세계를 상대성이론은 중력을 시공간의 구조변화로 정의하면서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소립자의 운동을 기술하며 불확정성과 확률을 기반으로 하고, 상대성이론은 중력과 시공간의 구조를 설명한다. 두 이론은 물리학의 근본적인 개념을 변화시켰고,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세계관과도 깊이 있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양은 객관성과 논리성을 기반으로 한 분석적 접근을 취해 왔으며, 동양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하나의 전체로서 완전히 통일을 이루고 있다고 정의되는 전일적(holistic) 사고방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확률론적 양자역학과 시공간의 굴곡을 정의하는 상대성이론을 각각 비교하고, 이를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관점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양자론과 상대론의 핵심 개념
양자역학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크기인 프랑크 길이로 정의되는 10^-35[m] 정도의 원자보다 작은 미시 세계에서 입자들의 운동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양자역학은 뉴턴 역학과 달리 결정론적인 법칙이나 세계관이 아니라 불확정성에 기인하는 확률적인 성격이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는 불확정성 원리(Heisenberg's Uncertainty Principle)이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고,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측정할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입자는 여러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입자의 파동성에 기인한 입자의 중첩(Superposition)과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서로 연결되어,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에 즉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또한 양자역학의 중요한 핵심 개념이다. 양자역학은 확률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하며, 관측 행위 자체가 실재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철학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코펜하겐 해석이 있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상대성 및 중력이 힘이 아니며 시공간의 곡률과 중력의 관계를 정의한 이론이다. 상대성이론에는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며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임을 나타내는 특수 상대성이론(Special Relativity, 1905년)과 특수 상대성 이론을 가속도까지 일반화시켜서 중력이 힘이 아니며 시공간의 왜곡으로 설명하고 있는 일반 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 1915년)이 있다. 상대성이론은 뉴턴 역학의 절대 시간과 공간 개념을 부정하며, 시간조차도 중력과 속도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 비교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단순한 물리 이론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서양 철학과 과학은 논리적 분석과 객관적 법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통해 인간의 이성과 논리를 강조해 왔다. 뉴턴 역학은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세상은 규칙적인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있으며, 아름답다고 소문난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은 전자기적인 현상이 수학적인 미적분 방정식으로 완벽히 기술 가능하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전자기학은 역학과는 달리 모든 값이 정확한 학문이다. 전자기력은 거리 제곱에 정확히 비례하지만 중력의 경우에는 거리 제곱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으며, 상대론으로 보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상대성 이론의 경우를 보면 물리 법칙은 절대적이지만, 관찰자의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자연을 기계적인 시스템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우주는 절대적인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이러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흔들어 놓았다. 동양 철학에서는 조화와 균형, 상호연결성 및 전체성을 매우 강조한다. 대표적인 개념으로 음양(陰陽)과 도(道, Tao) 사상이 있다. 도교에서는 자연의 흐름(道, 도)에 따르는 것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라 가르치며,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는 유교의 가르침 등 동양의 이러한 사상은 놀라울 정도로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원리와 유사하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보면, 시간과 에너지의 불확실성과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실성에 따라서 관찰의 대상을 결정하는데, 이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관찰에 따라 변화하므로 불교의 무상(無常) 개념과 유사하다. 그리고 모든 입자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양자 얽힘의 경우 불교의 연기(緣起)와 도교의 상호작용 개념과 유사하다. 이와는 반대로 상대성 이론의 경우에는 오히려 서양 철학과 더욱 관련이 깊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객관적 법칙을 유지하면서도,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도입하여 기존 서양의 절대주의적 사고를 수정한 것이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반응
양자역학은 확률론을 바탕으로 서양의 과학이 전통적으로 지지하던 객관성과 결정론을 흔들어 놓았다. 대표적으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양자역학의 확률적 해석을 강하게 반대하며 생의 마지막까지 양자역학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보어 등의 과학자들을 통해 실험적으로 양자역학이 계속 검증되면서, 기존 서양의 물리학적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하였으며 상대성이론은 기존 뉴턴 역학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졌고,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정립되게 되었다. 동양 철학에서는 자연스러운 조화를 바탕으로 양자역학의 개념이 오히려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다. 불확정성 원리와 연기설(緣起,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이 조화를 이루고 양자 얽힘이 불교의 상호 의존성 개념과 연결되기도 하며, 도교에서 말하는 ‘자연스러운 흐름(無爲, 무위)’이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관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즉, 동양 철학에서는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개념과 불확정성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쉽게 수용할 수 있었다. 이것은 현대 물리학과 동양 철학이 서로 매우 잘 융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각각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이다. 양자역학은 확률과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하며, 동양 철학의 조화와 연기설과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설명하며, 서양 철학의 논리적 사고와 수학적 엄밀함과 잘 맞아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은 동양 철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상대성이론은 서양 철학의 연장선상에서 발전되어 왔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이 두 이론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아인슈타인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철학적인 관점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요소들이 융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는 물리적인 과점에서 웜홀과 블랙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양자론과 상대론이 통합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물리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그날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